본가 베란다 한구석에는, 아버지의 낡은 연장통이 있습니다. 손때가 까맣게 밴 손잡이에, 녹슨 펜치와 드라이버 몇 자루가 가지런히 들어 있는 오래된 통입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 집의 고장 난 것들은 늘 아버지의 손에서 되살아났습니다. 삐걱대던 문짝, 물이 새던 수도꼭지, 헐거워진 의자 다리. 아무도 부탁하지 않았는데, 아버지는 어느새 그 연장통을 들고 와 말없이 고쳐 놓곤 하셨습니다. 우리는 그것이 원래 멀쩡했던 줄로만 알았지요.
누군가의 수고는, 티가 나지 않을 때 가장 큰 법입니다.
이제는 그 손이 예전 같지 않아, 병뚜껑 하나 여는 데도 한참이 걸립니다. 그제야 깨닫습니다. 우리 집이 늘 별 탈 없이 굴러갔던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움직이던 그 손 덕분이었음을. 오늘은 그 무뚝뚝한 손을, 한번 꼭 잡아 드리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