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이 지나고 처음 맞는 쌀쌀한 아침이었습니다. 텃밭에 나가 보니 배춧잎 가장자리에 하얀 것이 앉아 있었습니다. 손끝을 대자 사각, 하더니 금세 물이 되었습니다.
늦가을에 처음 내리는 묽은 서리를 ‘무서리’라고 합니다. 얇게 앉았다가, 볕이 한 줌만 들어도 지워지는 서리입니다.
그 뒤에 오는 것이 ‘된서리’입니다. 아주 되게 내리는 서리라, 하룻밤 새 호박잎이 데친 듯 주저앉습니다. 무서리는 그보다 한발 앞서 다녀가는 셈입니다.
옆 밭 할아버지가 무를 뽑으며 그러셨습니다. “한 번 맞았으니 이제 달겠구먼.” 추위에 얼지 않으려고 무가 제 몸에 단맛을 모은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습니다.
해가 장독 뚜껑을 넘어오자 밭의 흰 것들이 먼저 사라졌습니다. 그 자리마다 잎이 젖어 반짝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