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설거지를 마친 어머니가 거실 벽의 온도 조절기 앞에 섰습니다. 텔레비전을 보던 아버지가 돌아보지도 않고 말씀하셨습니다. “아직 이르지 않나.”

해마다 이맘때면 같은 말이 오갑니다. 누가 먼저 켜자고 하느냐를 두고 집 안에 작은 눈치가 돕니다. 지난겨울 가스비 고지서가 저마다의 머릿속을 한 번씩 지나가는 것이지요.

딸깍. 베란다 보일러실에서 웅, 하고 불이 붙는 소리가 났습니다. 조금 지나자 바닥 밑으로 물 도는 소리가 가늘게 들렸습니다.

방바닥은 한꺼번에 데워지지 않습니다. 보일러에 가까운 쪽부터, 손바닥만 한 자리가 먼저 미지근해집니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요. 아직 이르다던 아버지가 그 자리에 슬그머니 누워 계셨습니다. 양말은 벗어서 옆에 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