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책장에서 오래된 책 한 권을 꺼냈습니다. 빛바랜 빨간 끈 하나가 책 한가운데쯤에 끼워져 있었습니다. 책을 묶을 때 아예 함께 박아 넣는 이 끈을 ‘보람줄’이라고 합니다.

‘보람’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첫 뜻이 뜻밖입니다. ‘약간 드러나 보이는 표적.’ 둘째 뜻은 ‘다른 물건과 구별하거나 잊지 않기 위하여 표를 해 둠.’ 공항에서 가방 손잡이에 묶어 두는 색실 같은 것이지요.

일을 마친 뒤의 뿌듯함, 우리가 아는 그 보람은 셋째 뜻에 가서야 나옵니다. 오백 년도 더 된 책에 이미 보이는 말입니다.

끈이 끼워진 쪽을 펼쳤습니다. 귀퉁이에 연필로 작게 날짜가 적혀 있었습니다. 아버지가 거기까지 읽고 책을 덮은 날이었을 것입니다.

몇 장을 더 읽고, 책을 덮기 전에 보람줄을 오늘 내가 멈춘 쪽으로 옮겨 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