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마 끝에 걸린 시간
법당 문살에 걸린
주황빛 염주
스님의 염불이
한 알씩 짚어 가면
탱탱하던 염주는
갈볕에 제 몸을 줄인다
주렁주렁 붉은 그늘에
몸을 비운 단맛이 깊어진다

단맛이 머무는 자리
산사의 가을볕이 처마 아래 오래 머문다. 껍질을 벗은 감들이 줄지어 매달려 있고, 누런 벽에는 동그란 그림자가 포개진다. 법당 안에서 염불이 흘러나오면 저 주황빛 염주도 한 알씩 느리게 넘어갈 것 같다.
감은 서둘러 달아지지 않는다. 낮에는 볕을 받고 밤에는 찬 기운을 견디며 조금씩 제 몸을 줄인다. 팽팽하던 살에 주름이 잡힐수록 그 안의 단맛은 깊어진다.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맛이 남는다.
처마 아래 서서 내 안에 오래 고여 있는 것들을 생각한다. 버리지 못한 말, 아직 부풀어 있는 자존심, 철 지난 욕심 몇 가지. 저 감처럼 볕과 바람에 내어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세월이 내 몸에도 주름을 놓을 때, 누군가에게 건넬 단맛 한 점은 남아 있을까.





